0. 대법원 판사가 앉아있는 단상이 높게만 느껴졌다. 판사가 판결을 하나하나 읽어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각자 재밌는 표정을 지으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싸움에서 이긴 개선장군과 패잔병은 극명하게 갈라졌다. 깔끔한 와이셔츠와 롤렉스시계, 명품 허리띠, 향수로 무장한 대형 로펌 변호사와 어젯밤도 술로 지새운 듯한 어두운 낯빛으로 허름한 서류가방을 들고 있는 변호사 역시 극명했다. 대법관과 변호사들을 보면서 잠시 머릿속으로 법조계의 세상을 상상해봤다. 물론 막연한 공상이었다. 원고로 대기업과 대형 로펌의 이름들이 많이 들렸다. 종친회와 문중의 법정싸움도 재밌었다. “부모 제사상 앞에 싸움판이네” 분명 돈 문제 였으리라. 누가 문중땅이라도 팔아먹은 것일까. 민사재판이 끝나자 형사재판 판결이 낭독되었다. “검사의 상..
돈을 많이 갖고 산 사람들눈물 흘릴 줄은 모르구요책을 많이 읽고 산 사람들책을 찢을 줄은 모르네요예쁜 애인이 있는 사람들뭐가 예쁜지는 모르구요신을 많이 믿고 산 사람들자기 탓은 할 줄 모르네요강 건너 불구경만 하다가 청춘을 허비하고세상이 지운 빚을 갚다 내 빛을 잃고이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줄 모르고저 창문만 바라보네돈이 없이 산 사람들싱겁게 먹질 못하구요돈이 없는 집에 자란 아이들싱겁게 먹질 못하네요힘이 없이 산 사람들눈물 마를 줄을 모르구요힘이 없는 집에 자란 아이들제 눈물 닦을 줄은 모르네요내일만 생각하고 살다가 청춘을 허비하고세상이 지운 빚을 갚다 내 빛을 잃고이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줄 모르고저 창문만 바라보네